회사 다닐 만해요?

회사 다닐 만해요?
 
창간 28돌 한겨레가 ‘좋은 일자리 평가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직장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한겨레신문사’라는 직장의 10년차 임지선입니다. 지난 3월 서울행정법원에서 한 10년차 직장인의 죽음에 대한 업무상 재해 인정 판결문이 나왔습니다. 대기업 과장급 연구원인 그는 죽기 전 3개월 동안 주당 평균 61.6시간(법정근로시간은 40시간, 초과근무 최대 12시간 연장 가능)을 근무하고 83건의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일자리는 행복의 가장 강력한 결정 요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4년 ‘일자리의 질’ 지표를 발표하며 이렇게 밝혔습니다. 하지만 먹고살기 바쁘고,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인 나라에서 ‘일자리의 질’에 관한 논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뒷전으로 밀렸지요. 지친 퇴근길, 그래도 다닐 직장이 있는 게 어디냐며 버티는 것이 많은 직장인들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일하고 있나요? 한국의 노동시간은 2014년 기준으로 2124시간, 오이시디 34개국 중 두 번째로 깁니다. 일과 삶의 균형, 안전, 업무 강도 등을 평가한 ‘근로 환경의 질’은 32개국 중 27위로 안 좋습니다. 남녀 임금 격차는 회원국 중 가장 크고 소득 불평등도는 4번째로 높습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직장인들의 문제의식은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 희망제작소가 전국 1만5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노동시간·스트레스 등 근로 조건’이 ‘임금’을 제치고 좋은 일자리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뽑혔습니다.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직접 자신의 직장 평가를 남기는 ‘잡플래닛’(jobplanet.co.kr)에는 80만개의 신랄한 근무환경 평가가 쌓였더군요.
<한겨레>가 창간 28주년을 맞아 국내 기업의 ‘일자리 질’을 분석하는 도전에 나섭니다. 말단부터 대리, 과장, 부장을 넘어 경영진에 이르기까지 일하며 사는 모든 사람을 위해 ‘좋은 일자리’ 모델을 찾는 기획입니다. 국가 차원 기준인 오이시디 지표를 국내 개별 기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변형해 △임금의 질 △고용안정성 △일과 삶의 균형 △정신과 신체의 안전 △성취감 △직장 내 차별 6가지 기준을 세웠습니다.
일자리 질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는 진도가 많이 나갔습니다. 오이시디는 ‘업무 스트레스’라는 추상적인 개념조차 ‘너무 많은 직무 요구’와 ‘부족한 업무 자원’이 결합한 결과라는 공식을 내놓았습니다. 질 좋은 일자리란 “단순히 좋은 임금, 밝은 전망만을 뜻하지 않는다”며 “개인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근무 환경, 자신이 사회적으로 쓸모있으며 세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일”이라 설명합니다.
‘한겨레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로 이름 붙인 이 작업은 기업별 산업재해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정보 투명성이 낮은 사회에서 전방위로 수집한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합니다. 직장인들의 참여도 환영합니다. 과장·팀장급 이상 여성 비율이 5.7%(2014년)인 케이티(KT), 일과 삶의 균형 만족도가 5점 만점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롯데백화점,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리는 대신증권 등 어느 곳의 직장인이든 전자우편([email protected]) 제보, 잡플래닛 평가 작성을 통해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 허덕이던 일상에서 눈을 들어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내다보자고 손을 내밉니다.
임지선 허승 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s

comments